풍년 뒤안길. 인건비도 안 되는 포도 수확을 포기하고 눈을 맞으며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포도봉지를 보며 집 근처 포도농부의 아픔을 늘 생각하고 있는데 강추위를 뚫고 퇴비를 뿌리고 있다. 그래도 인동초처럼 농부들은 일어서는데 농업을 살리겠다는 그들은 뭘 하는지? 농업 정책은 어디 있는지? 몇 십 년이 흘러도 반복되는 희망 잃기에 농민들 가슴만 타는 그날 같아 맘 아픈 오후. 2003년, 한 농민의 자살에 붙여 죽이지 마라 죽이지 마라. 더는 죽이지 마라. 슬픔도 어느 귀퉁이에선 아름다운 빛으로 승화시키며 구도의 길을 가는 저들에게 더는 돌팔매질 마라. 어느 때는 힘겹게 질긴 삶 살아도 죽임의 땅에서 새 생명 거두어 너희에게 주는 내 몸, 바로 밥이다. 가식의 언어로 저들 아이 가르치지 마라. 스스로 부끄러운 몸짓 하나로 도시의 꿈 심고 또 심어도 너희 양심 깊은 곳 배반의 가시 그 터를 덮을 것이다. 지나간 날 흘러간 냇물처럼 돌아오지 않듯 저들 가면 뒤 이어 너희도 간다. 부엉이셈 해도 하늘 아래 땅 알고 땅 위 하늘 아는 저들에게 던지는 그 어둠은 바로 너희의 얼굴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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