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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전한 포도

제목 풍년 뒤안길 등록일 2018.11.28 06:42
글쓴이 정의선 조회 945

풍년 뒤안길. 인건비도 안 되는 포도 수확을 포기하고 눈을 맞으며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포도봉지를 보며 집 근처 포도농부의 아픔을 늘 생각하고 있는데 강추위를 뚫고 퇴비를 뿌리고 있다. 그래도 인동초처럼 농부들은 일어서는데 농업을 살리겠다는 그들은 뭘 하는지? 농업 정책은 어디 있는지? 몇 십 년이 흘러도 반복되는 희망 잃기에 농민들 가슴만 타는 그날 같아 맘 아픈 오후.

 

2003, 한 농민의 자살에 붙여

 

죽이지 마라

죽이지 마라.

더는 죽이지 마라.

 

슬픔도 어느 귀퉁이에선

아름다운 빛으로 승화시키며

구도의 길을 가는

저들에게 더는 돌팔매질 마라.

 

어느 때는

힘겹게 질긴 삶 살아도

죽임의 땅에서

새 생명 거두어

너희에게 주는 내 몸,

바로 밥이다.

 

가식의 언어로

저들 아이 가르치지 마라.

 

스스로 부끄러운 몸짓 하나로

도시의 꿈

심고 또 심어도

너희 양심 깊은 곳

배반의 가시

그 터를 덮을 것이다.

 

지나간 날

흘러간 냇물처럼 돌아오지 않듯

저들 가면

뒤 이어 너희도 간다.

 

부엉이셈 해도

하늘 아래 땅 알고

땅 위 하늘 아는

저들에게 던지는

그 어둠은

바로 너희의 얼굴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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